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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문이 많은 요리점

Rybs 2020. 3. 12. 23:37

여기는 에이브의 골동품 가게지 들고양이 가게가 아니라고요. 그러나 두 사람은 에이브의 불평에도 유리창이 달린 문을 지나 가게 안으로 들어섰습니다. 지나온 문엔 어쨌든 '어느 분이든지 들어오십시오. 사양하지 않습니다.' 라는 말이 적혀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걸 말이라고 해요, 그 팻말이야 골동품을 사러 오는 손님이나 팔러 오는 셀러들을 말하는 거고요. 제발 화내지 마렴, 에이브. 나도 이 자를 여기 데려오고 싶진 않았어. 헨리조차도 그렇게 말했지만 그들의 싫은 소리에도 아담은 별로 기분 나쁜 표정을 짓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저녁 메뉴가 뭔가? 에이브의 미간이야 그 말에 구겨져 다시는 펴지지 않을 듯 보였다만 그것 역시 아담이 알 바는 아니었고요.

 

우리는 식탁도 좁고 의자도 두 개 뿐인데.  

여기 카드 계산 되던가? 저거 사서 쓰면 되겠는걸.

저게 얼마인진 알아요? 그리고 카드 계산도 안 되는 구닥다리 샵인 줄 알아요?

딱히 틀린 말을 한 건 아니지 않나. 거기다 부르는 대로 지불할 수 있고말고.

포기해, 에이브. 내가 레스토랑에서 식사하다 서 사람들하고 마주치는 게 싫다고 했더니 레스토랑을 하루 빌리려고 들었어.

불멸자들은 다 이래요?

내가 어떻게 알아. 난 안 이래.

 

어쨌든 저녁 메뉴는 인스턴트 수프와 구운 지 일주일 쯤 되었을 빵, 시저 샐러드와 와인이었습니다. 상황이 이렇게 될 줄은 몰랐던 사람들의 저녁으로 본다면야 간신히 초라하지 않은 느낌의, 그러나 결코 제대로 되었단 느낌은 아닌 그런 저녁이었단 말입니다. 적어도 아담이 생각하기론 그러하였고 그는 토씨 하나 빠트리지 않고 느낀 바를 둘에게 전달했습니다. 놀랍지 않게 에이브의 미간은 진실로 다신 펴지지 않을 모습이었고 헨리는 그냥 아담으로 하여금 쓸데없이 돈을 쓰게 만들 걸 그랬다는 생각을 가질 뿐이었습니다. 그래도 와인이 맛있네. 그 말 만큼은 진심이었죠.  그가 섬세하게 골라 선물 겸 가져온 물건이었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