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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tflix bloodline)500 miles

Rybs 2020. 3. 17. 17:42

 

 

*이건 그럼에도 사랑 이야기일 것이다. 아름다운 구석이라곤 하나도 없고 이루어지는 것도 하나 없이 초라하고 미적지근하게 끝날 것이지만, 누구를 누가 사랑하는지도 불분명한 이야기인 듯 하지만 어쨌든.

어쨌든간에 우리는 그날 딱히 특별한 날은 아니었던 날의 그 밤엔 바다로 나갈 생각이었다. 밤엔 바다 가까히 가지 말아라 - 하는 이야기들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더럽게도 겁이 없었다. 나야 어쩌면 멍청한 놈이었기 때문이었을수도 있고, 대니는 그것보다 무서운 것들이 있어 그랬을 수도 있고, 둘다 죽음이 무엇인지 보면서도 그리 두려워하질 못했던 것일지도. 나는 아마도 아이가 빠져 죽는 걸 무서워하는 것은 어른들이나 그런 것이라는 생각을 하며 낡은 보트를 끌고 나갔던. 그날 밤에 대니는 말했다. 너무 멀리 나가진 말자. 아니, 그랬던가? 아니면 아주 멀리 나가자고 말했던가? 영영 돌아오지 않아도 되는 먼 곳으로? 대니는 뭐라 말했지만 나는 듣고 있지도 않았던 것이다. 우리는 바다로 나갔다. 그러니 생각만 하지는 않았다. 당연히 그리 멋진 모습은 아니었고 파도가 거세 바닥에 고인 물을 퍼다 버려야 하는 그런 구질구질한 항해. 항해라고 부르기 민망해질만큼이나 초라하게 배를 타고 나가 기름이 떨어질 때쯤에 멈췄다. 대니는 미리 실어둔 경유통에 기대 앉아 있었다. 파도가 뱃전을 때리며 작은 보트를 흔들었기에 아무튼 배는 작은 요람처럼 흔들렸다.

우리는 좁은 보트 안에 죽은 생선만큼 녹초가 되어 늘어져 있었다. 대니는 또 말했다. 챙겨온 담배며 라이터가 모조리 젖었다고. 온몸이 바닷물에 젖어 추웠고, 우리가 무엇 때문에 나왔는지도 우리는 몰랐다. 다리들끼리 부대껴 끈적거리는 것이 거슬렸을 것이다. 주변은 너무나 조용하고 어두웠고, 어스름에 눈이 익숙해진 뒤 보였던 대니의 얼굴은 한없이 꿈결 속에 있는것과 매한가지인 표정을 짓고 있었다.

에릭.
응?
돌아가지 말까?

어디로, 어디로 돌아가지 말잔 거였는지는 알았다. 돌아가지 마, 대니. 하지만 다니엘 레이번은 눅눅해진 담배를 잘근잘근 씹으며 몸을 일으켰고 그래서 우린 다시 돌아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