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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MC Breaking Bad) pimento 샌드위치는 가장자리를 잘라낸 아나다마 빵 두 쪽 사이에 가공된 피멘토 치즈와 마요네즈, 으깬 계란과 피클이 뒤섞인 필링을 채워넣은 것이었다. 마이크는 감찰에는 이골이 난 인간처럼 메마르고 짠 그 샌드위치를 베어 물곤 했다는 것을 제시는 종종 생각하곤 했다. 그러니 제시는 더이상 제시가 아니게 된 후로도 그 때 생각을 했던 것이다. 크리스털 메스와 죄책감과 일방적인 상실과 물담배 연기와 게거품을 물고 죽은 ... 그 사이에 어색하게 끼어드는 랩에 쌓인 피멘토 치즈 샌드위치. 산산히 조각난 기억들 사이에 자리잡은 건 차안에 감돌던 음식의 미묘하게 유쾌하지 않은 향과 목에 낀 먼지들과 웅웅거리는 엔진 소리이기도 했다. 담배는 눈치껏 허용되고 대화는 으레 단절되곤 하던 넓지도 좁지도 않았던 시트에 뼈 없는 연체.. 2020. 4. 24.
(Netflix bloodline)500 miles *이건 그럼에도 사랑 이야기일 것이다. 아름다운 구석이라곤 하나도 없고 이루어지는 것도 하나 없이 초라하고 미적지근하게 끝날 것이지만, 누구를 누가 사랑하는지도 불분명한 이야기인 듯 하지만 어쨌든. 어쨌든간에 우리는 그날 딱히 특별한 날은 아니었던 날의 그 밤엔 바다로 나갈 생각이었다. 밤엔 바다 가까히 가지 말아라 - 하는 이야기들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더럽게도 겁이 없었다. 나야 어쩌면 멍청한 놈이었기 때문이었을수도 있고, 대니는 그것보다 무서운 것들이 있어 그랬을 수도 있고, 둘다 죽음이 무엇인지 보면서도 그리 두려워하질 못했던 것일지도. 나는 아마도 아이가 빠져 죽는 걸 무서워하는 것은 어른들이나 그런 것이라는 생각을 하며 낡은 보트를 끌고 나갔던. 그날 밤에 대니는 말했다. 너무 멀리 나가진 말자.. 2020. 3. 17.
주문이 많은 요리점 여기는 에이브의 골동품 가게지 들고양이 가게가 아니라고요. 그러나 두 사람은 에이브의 불평에도 유리창이 달린 문을 지나 가게 안으로 들어섰습니다. 지나온 문엔 어쨌든 '어느 분이든지 들어오십시오. 사양하지 않습니다.' 라는 말이 적혀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걸 말이라고 해요, 그 팻말이야 골동품을 사러 오는 손님이나 팔러 오는 셀러들을 말하는 거고요. 제발 화내지 마렴, 에이브. 나도 이 자를 여기 데려오고 싶진 않았어. 헨리조차도 그렇게 말했지만 그들의 싫은 소리에도 아담은 별로 기분 나쁜 표정을 짓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저녁 메뉴가 뭔가? 에이브의 미간이야 그 말에 구겨져 다시는 펴지지 않을 듯 보였다만 그것 역시 아담이 알 바는 아니었고요. 우리는 식탁도 좁고 의자도 두 개 뿐인데. 여기 카드 계산 .. 2020. 3. 12.
(ABC Forever)Stop The World I Wanna Get Off With You 함께라는 말은 둘의 이름 앞, 뒤, 그 어디든 오지 않을 것이다. 그들은 함께 저녁을 만들어 먹지도, 서로를 식사시간에 초대하거나 같이 영화를 보러가지도 않을 것이고, 서로의 음악 취향에 대해 토론하거나 못생긴 러그를 집에 들이냐 마느냐에 대해 다투지도 않을 것이다. 분명 둘은 같은 침대에 누워 서로를 마주 볼 일도 없을 것을, 평범한 사람들처럼 포옹으로 인사를 대신할 일도 아마, 아마도 언제나처럼 그런 일은 둘 사이에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헨리 모건은 그런 사실을 깨달은 순간부턴 그가 두렵지 않았다. 둘이 공유할 수 있는 것이 단 하나뿐이란 사실은 헨리를 외려 안심시켰던 것이다. 하지만 우리에겐 시간이 많아, 헨리. 아담은 그런 헨리에게 귀띔해주지는 않았다. 그들이 공유하는 그 한가지가 끝을 .. 2020. 3. 11.